‘눈물의 여왕’과 ‘우리들의 블루스’ 차이는?···미디어 속 ‘고아’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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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4-05-0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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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악역 윤은성(박성훈)은 보육원에서 자랐다. 그는 퀸즈그룹을 무너뜨리기 위해 각종 범죄를 서슴지 않는다. 같은 보육원 출신 천다혜(이주빈)를 계략에 동참시키기도 한다. 드라마 속 이들은 보육원에서 결핍을 겪고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밟지 못해 악당이 된 것처럼 그려진다.
아름다운재단 자립준비청년 캠페이너 손자영씨(28)는 이런 식의 묘사가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심화한다고 말한다. 그는 돌이 갓 지났을 때 보육원에 들어가 만 18세가 됐을 때 자립했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 그룹홈, 가정위탁시설 등에서 생활하다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시설에서 나와 자립해야 하는 청년들을 말한다.
평소 드라마를 즐겨보던 손씨는 ‘고아’ 캐릭터가 나올 때면 흠칫하곤 했다. 드라마에서 그들은 ‘근본도 없는 고아 ○○’라는 비난을 받거나 동정받는 것이 당연한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존재처럼 소비됐다. 미디어 속 차별은 현실에서 선입견이라는 공격으로 돌아왔다. 회사에서 실수하거나 관계에서 문제가 생겨도 ‘고아’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어요. 사람들이 실제로 자립준비청년을 만난 적은 없으면서 미디어 속 묘사만 보니까 선입견을 품는 것 같아요.
미디어는 고아라는 꼬리표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까. 손씨는 지난 4년간 드라마와 영화 속 고아 캐릭터가 어떻게 묘사되는지 살펴봤다. 2020년 경향신문과 함께 영상물 40여 편을 분석한 것이 계기였다. 드라마 소개에 고아, 보육원이란 키워드가 들어 있는 캐릭터는 크게 악인, 범죄자, 야망가, 복수파, 동정의 대상 등 5개 그룹으로 나뉘었다. ‘고아의 공식’이라 부를 법한 패턴이 보였다. 손씨는 정작 나는 보육원에 살 때 외롭지 않았다며 연애는 왜 이리 어려운지, 무얼 먹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여느 청년과 다르지 않은데 왜 TV에선 우리를 이런 식으로 그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로도 미디어 모니터링을 비롯해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인식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4년 동안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손씨는 자립준비청년을 어떻게 그리면 좋을지 실제 삶을 들려달라는 미디어 제작자들의 요청을 받아 자문에 참여하기도 했다. 고아의 공식에서 벗어난 작품들이 늘기도 했다. 드라마 <런온> 속 오미주(신세경)는 보호종료아동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넌 가족 없지라고 면박을 주는 친구에게 당당히 되받아친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선 보육원에서 자란 주인공 이영옥(한지민)에게 고생 많았다며 편견 없이 보듬는 주변 어른들이 등장한다.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대중들도 늘었다. <눈물의 여왕>이 보육원 출신을 악당으로 묘사한 것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비판이 나왔다. 손씨는 ‘보육원에서 나온 친구들에게 차별적 인식을 심어주는 것 같다’는 댓글을 읽었다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반갑기도 하고 대중의 변화가 분명히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자립 중기에 접어든 손씨는 최근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성을 더욱 느끼고 있다.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이유로 예비 배우자의 가족이 결혼을 반대하거나 직장 상사가 무시하는 탓에 힘들어하는 이들을 종종 보게 된다고 했다. 경제적 안정을 찾더라도 보육원 출신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평생 따라다닐까 불안하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소릴 들을 때면 인식 개선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구나라고 느끼게 됩니다. 손씨는 이른바 ‘정상가족’의 틀을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려면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씨는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지난달 29일부터 그간의 인식 개선 프로젝트를 정리한 책 <나 손자영 열여덟 어른> 출간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펀딩을 받은 횟수만큼의 책이 미디어 창작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책에는 미디어 모니터링 결과물과 함께 자립준비청년 20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자립준비청년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하는 일도, 성격도 전부 다른 청년들의 이야기다. 손씨는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고아의 이미지보다 우리가 훨씬 다양하고 다채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도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 따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당신 곁에 가까이 있을지도 모르는 보통의 청춘이라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이 많은 이주노동자는 식사 때 애를 먹곤 한다. 음식이 입맛이 맞지 않은 것을 떠나 식기로 지급되는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젓가락’을 사용하지 못해서다. 젓가락 사용이 불편한 일부 노동자들은 손으로 음식을 먹다 한국 노동자와 다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종교가 이슬람인 이주노동자들은 구내식당에서 제공되는 음식에 들어간 재료를 몰라 애를 먹는다. 메뉴가 모두 한국어로 적혀있다 보니 혹시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되지 않는 음식을 섭취할까 걱정한다.
전남지역 노사민정협의회가 이주노동자들을 배려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모국과 다른 음식문화와 날씨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불편부터 해소해 보자는 취지다.
전남노동센터는 8일 지역 노사민정협의회와 함께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존중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온 뒤 가장 불편해하는 음식 문화와 겨울 작업복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전남지역 제조업과 농·어업분야에서는 연간 3만여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일터에서는 배려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동남아 이주노동자들은 젓가락을 잘 사용하지 못하지만 구내식당에서는 숟가락과 젓가락만 제공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내식당에서 이주노동자를 위해 포크를 제공하기로 했다.
한글로만 돼 있는 공장 구내식당 등의 식단표도 노동자들의 모국어로 교체하기로 했다. 종교적 이유로 특정 음식 재료를 섭취하지 않는 노동자들을 위해 음식 원재료를 안내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추운 겨울이 낯선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실외 작업 때 입을 수 있도록 ‘작업복 나눔’ 사업도 펼친다. 지역 대기업과 협력해 중고 동계 작업복을 이주노동자들에게 세탁해 제공할 계획이다.
문길주 전남노동센터 소장은 지역 제조업체와 농어업 분야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은 게 현실이라면서 작은 것부터 이들을 존중해 주는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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